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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 미역,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던 바다의 선물

미역은 왜 기장에서 귀한 음식이 되었을까? 바다와 궁중이 이어준 미역의 역사부산 기장은 오래전부터 ‘미역의 고장’으로 불린다. 그 이름에는 단지 지역 특산물이라는 의미를 넘어, 조선시대 궁중 수라상에까지 올랐던 미역의 역사적 품격과 문화적 의미가 함께 담겨 있다.‘미역국’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지만, 그 뿌리를 깊이 따라가 보면 궁중 의례와 해양 생태, 그리고 지역민의 손끝에서 비롯된 오랜 이야기를 품은 음식임을 알 수 있다. 그 중심에 바로 기장 미역이 있다. 기장의 해안선은 길고 완만하며, 조류가 빠르고 영양염류가 풍부한 청정 해역이다. 이 지역의 특수한 해양 환경은 미역이 자라기에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단순히 환경만이 기장 미역을 유명하게 만든 건 아니다. 조선 후기부터 기장..

전남 순천 매실, 고려 의학서에서도 언급된 해독의 과일

해독과 생명력을 품은 순천 매실, 단지 새콤한 과일이 아니었다전라남도 순천은 남도의 따스한 햇살과 해풍이 어우러지는 고장이다. 이 땅에서 자라난 매실은 빛깔이 선명하고 과육이 단단하며, 신맛이 진하다. 하지만 매실이 단지 새콤한 과일로만 여겨졌다면, 우리는 그 속에 담긴 진짜 가치를 놓치게 될 것이다. 순천 매실은 단지 입맛을 돋우는 음식 재료가 아니라, 고려 시대 의학서인 『향약구급방』과 『대관본초』에도 기록될 만큼 오래전부터 해독과 생명력의 상징으로 쓰인 대표적인 약용 과일이었다. 이 매실은 병을 다스리고, 음식의 부작용을 줄이며, 뱀독이나 식중독 등 각종 해독 작용에 널리 활용되었고, 남도 지방의 습하고 더운 기후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약과 밥 사이’에 있는 생활처방 그 자체였다. 특히 순천..

경북 청도 반시(연시), 씨 없는 감이 된 비밀 유전자의 기원

씨 없는 감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청도 반시에 담긴 유전의 비밀과 조선의 전통경상북도 청도에서 자라는 감, 특히 씨 없는 연시로 잘 알려진 ‘청도 반시’는 단순한 과일을 넘어선 깊은 역사와 유전적 비밀을 품고 있다. 대부분의 감이 씨를 품고 있는 반면, 청도 반시는 부드럽고 말랑한 과육 속에 씨앗 없이 단맛만을 남긴다. 이 특별한 특성은 단순한 돌연변이의 산물이 아니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재배 기술, 청도 특유의 토양과 기후, 그리고 세대를 거쳐 씨 없는 감만을 선별하고 계승해온 농민들의 지혜가 더해져 만들어진, 인류와 자연의 공동작품이라 할 수 있다.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 등 고문헌 속에도 청도의 감나무 과원이 언급될 만큼 이 지역의 감 재배 역사는 유서 깊으며, 유교적 예식에서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