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7 4

전북 임실 치즈, 한국에서 유럽 치즈를 만들게 된 사연

치즈와 농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의 기적치즈 하면 우리는 흔히 유럽을 떠올린다. 프랑스의 브리치즈, 이탈리아의 모짜렐라, 네덜란드의 고다치즈처럼 서양 문화에서 발전한 유제품을 한국의 농촌에서 생산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하지만 전라북도 임실은 이 불가능해 보였던 일을 현실로 만든 곳이다. ‘임실 치즈’는 단순한 지역 특산품이 아니다. 그 안에는 1960년대 한국 농촌의 열악한 현실, 한 외국인 신부의 결단, 그리고 농민들의 땀과 협력이 녹아 있다. 임실 치즈는 한국 낙농업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자, 유럽 치즈가 한국인의 식탁에 자리 잡기까지의 감동적인 시작점이었다.이 글에서는 임실 치즈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문화적·역사적 맥락을 거쳐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게 되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충남 공주 밤, 백제시대부터 내려온 고유 품종의 뿌리를 찾아서

공주의 밤은 왜 ‘역사’로 남았을까?충남 공주는 역사와 전통의 도시다. 백제의 수도였던 웅진, 유교 종가 문화의 중심지, 그리고 지금은 전국적인 특산물의 고장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공주 밤’은 지역 정체성을 대표하는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많은 이들이 가을이 되면 마트에서 공주 밤을 쉽게 만날 수 있지만, 그 밤이 어디에서 왔고 왜 특별한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공주 밤은 단순한 견과류가 아니다. 그 안에는 백제 시대부터 이어진 재배 전통, 조선 유교 문화 속의 의례적 역할, 그리고 현대의 품종 계승과 지역 산업화 과정까지 긴 역사가 응축돼 있다.이 글에서는 공주 밤이 단순히 ‘맛있는 농산물’이 아니라, 한국의 고대사와 농업문화, 제례문화가 살아 숨 쉬는 특산물임을 보여주고자 한다.백제의 농업과..

제주 돌귤과 감귤, 천연 재배 방식의 문화적 전승 이야기

제주 감귤은 왜 특별한가?제주도 하면 많은 이들이 푸른 바다와 한라산, 그리고 주황빛 감귤을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가 쉽게 접하는 감귤 이면에는 오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지역 특유의 농업 전통이 숨겨져 있다. 특히 돌귤이라 불리는 자연 상태의 감귤은 제주 고유의 재배 방식과 전통을 간직한 농산물로, 제주의 생태환경과 주민의 삶이 어떻게 맞물려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증거다. 이 글에서는 제주 감귤과 돌귤이 어떻게 역사 속에서 자리 잡아왔는지, 그리고 그 전통 재배 방식이 오늘날 어떤 문화적 의미를 가지는지를 깊이 있게 살펴본다. 제주 감귤의 뿌리,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과일의 역사제주 감귤의 역사는 고려 시대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실제로 『삼국사기』와 『세종실록지리지』 등의 고문헌에서는 제주..

경북 안동 간고등어, 왜 조선시대에 가장 귀한 생선이었을까

바다와 멀어진 도시에서 고등어가 살아남은 이유경상북도 안동은 지도상으로 보면 바다와는 거리가 먼 내륙 도시다. 동해안으로부터 120km 이상 떨어져 있으며, 오늘날에도 자가용으로 2시간 넘게 달려야 바닷가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안동에서 고등어가, 그것도 '간고등어'라는 이름의 지역 특산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이다. 고등어는 대표적인 바다 생선이고, 잡은 직후부터 빠르게 부패가 진행되는 식재료다. 안동에서 고등어가 유명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한 맛 때문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자리 잡은 조선시대 유통 문화와 생활의 지혜, 그리고 종가문화 속에서 정립된 식생활 체계 때문이다. 조선 후기, 안동은 경상도 내륙의 중심지로서 행정, 교육, 문화를 아우르던 도시였다. 특히 유교적 종가문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