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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 고구마, 불교 절에서 시작된 구황 작물의 반전 역사

고구마는 어떻게 절에서 자라나 조선을 구했을까?전라남도 해남은 '땅끝마을'로 알려진 아름다운 해양도시이자, 전국 고구마 생산량 상위권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고구마 산지다. 하지만 해남 고구마의 뿌리는 단순한 농산물에 그치지 않는다.그 역사적 기원은 조선 후기 불교 사찰의 자급자족 농사와 구황(救荒) 활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고구마 한 알 속에는 배고픔을 막기 위한 자비와 생존의 기억, 그리고 땅과 사람이 함께 만든 농업 유산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조선 후기, 유교가 국가 이념이었고 불교는 공식적으로 억제되던 시기에도, 남도의 절집들은 산간과 해안의 오지를 기반으로 자급자족의 농경과 약초 재배, 식량 보급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했다. 이때 사찰 주변에서 실험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경북 영양 고추, 안동 권번과 양반가의 밥상을 붉게 물들이다

영양 고추, 조선 상류층 밥상의 색과 기운을 만든 붉은 유산경상북도 영양은 고추의 본고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고장의 고추는 단순히 매운맛을 내기 위한 조미료가 아니라, 조선 후기에 안동 양반가와 권번(券番, 여성 교육기관)의 상차림을 붉게 물들인 음식문화의 상징이었다.고추는 임진왜란 이후 한반도에 전래된 작물로, 그 정착 과정은 단순한 작물 도입이 아니라 지역의 지리·기후·문화·계급 구조에 따라 독특하게 분화된 채택과 진화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영양 고추는 맵지만 깔끔하고, 씨가 적으며, 육질이 단단해 가루로 빻아도 색이 곱고 발효성이 뛰어나 상류층의 장과 김치, 탕류에 주로 사용되었다. 특히 안동과 영양 일대는 조선 후기 유림과 양반 문화를 대표하는 지역으로, 상차림의 격식과 미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