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구마는 어떻게 절에서 자라나 조선을 구했을까?전라남도 해남은 '땅끝마을'로 알려진 아름다운 해양도시이자, 전국 고구마 생산량 상위권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고구마 산지다. 하지만 해남 고구마의 뿌리는 단순한 농산물에 그치지 않는다.그 역사적 기원은 조선 후기 불교 사찰의 자급자족 농사와 구황(救荒) 활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고구마 한 알 속에는 배고픔을 막기 위한 자비와 생존의 기억, 그리고 땅과 사람이 함께 만든 농업 유산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조선 후기, 유교가 국가 이념이었고 불교는 공식적으로 억제되던 시기에도, 남도의 절집들은 산간과 해안의 오지를 기반으로 자급자족의 농경과 약초 재배, 식량 보급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했다. 이때 사찰 주변에서 실험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