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나무 아래서 말라간 시간이 고려의 새해를 물들이다곶감은 한겨울이 되면 조심스레 꺼내 먹는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건과일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과육 속에 쫀득한 식감과 자연의 깊은 향을 머금은 이 과일은 단순한 간식을 넘어 천년 이상 한국인의 세시와 의례, 선물 문화에 자리 잡은 상징적인 식품이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경북 상주가 있었다.상주는 지금도 ‘곶감의 고장’으로 불리지만, 그 유래는 고려시대 조정에서 새해 첫 진상품으로 상주 곶감을 올렸던 역사적 풍속에서 비롯되었다. 실제 고려시대 문헌인 『고려사절요』에는 “상주의 반건시를 12월 조정에 진상하니, 그 달콤함이 첫 선물로서 마땅하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이는 상주 곶감이 단순한 지역 생산품을 넘어 왕실의 예식과 정치 질서 속에서 기능했던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