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토리가 음식으로 완성되는 이야기경기도 동북부의 남양주는 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풍요로운 수계, 그리고 천마산·예봉산·운길산 같은 깊은 산세가 둘러싼 고장이다. 이 땅은 조선 시대부터 한양과 강원·경기 북부를 잇는 교통 요지였으며, 동시에 유서 깊은 사찰과 산중 마을이 밀집한 곳이었다. 이 사찰들과 산간 마을에서 하나의 독특한 음식 문화가 꽃피웠다. 바로 도토리묵이다. 남양주 도토리묵은 단순한 향토 음식이 아니라, 기근과 전쟁, 혹독한 겨울 속에서도 생명을 지켜준 구황작물이자, 조선 산중 사찰 음식 문화의 대표적인 상징물이다.도토리는 깊은 산의 참나무와 떡갈나무에서 해마다 가을이면 풍성히 열렸다. 그러나 생으로 먹을 수 없는 강한 떫은맛(탄닌 성분) 때문에, 이를 먹거리로 만드는 데는 인내와 기술이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