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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 감자, 병자호란 피난민들이 남긴 구황작물의 문화사

굶주림을 피해 뿌리내린 감자 한 알, 음성 땅에 남은 시간의 흔적충북 음성은 오늘날 전국적으로도 감자의 대표 산지 중 하나로 꼽힌다. 음성에서 생산되는 감자는 저장성이 뛰어나고 전분 함량이 높아, 감자전·감자떡 등 지역 향토음식에 활용될 뿐 아니라 전국 시장에서도 꾸준히 수요가 있는 주요 작물이다.그러나 음성 감자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 시작은 결코 풍요로운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1636년 병자호란, 조선은 청나라의 침입으로 인해 대규모의 피난 사태를 겪게 되고, 충청북도 음성 지역은 당시 한양과 남부 지방 사이의 경계선 피난처로 기능하면서 다양한 피난민들이 모여든 땅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이 무렵부터 충북 음성 일대에 감자, 고구마, 옥수수 같은 새로운 작물들이 전래되었으며, 이 중..

강원 삼척 미역줄기, 산간 해녀문화가 전해준 잊혀진 해초의 역사

미역의 줄기, 삼척의 여성들이 건져 올린 생활의 기록강원도 삼척은 동해와 맞닿은 바닷마을이지만, 동시에 험준한 산지가 바다와 거의 맞닿은 지역이다. 그 덕분에 삼척의 해산물 문화는 내륙과 해안의 경계선 위에서 오랜 시간 독자적으로 발전해왔다. 그중에서도 미역은 이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 해초 식재료 중 하나지만, 오늘날 많은 이들이 그 부속물인 ‘미역줄기’에 담긴 역사와 문화적 의미를 간과한다.한때는 미역보다 오히려 더 귀하게 다뤄지던 미역줄기.조선시대 삼척 일대의 해녀들은 줄기만 따로 채취해 염장·건조하여 진상품으로 바쳤고, 특히 강원 영동 지역에서는 미역줄기를 산간부의 약식, 보양식, 부녀자의 산후 회복 음식으로 전승해왔다.미역은 전통적으로 자궁을 보호하고 피를 맑게 해준다고 여겨져 ‘산모 음식’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