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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남원 매실, 춘향전의 고장에서 자라난 조선 선비의 해독 과일

고전의 도시에서 자라난 치유의 과일, 남원 매실의 이야기남원은 단순한 전라도의 한 도시가 아니다. 이 도시는 한국의 대표 고전문학인 『춘향전』의 무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조선시대 남도 문화의 중심지이자 선비들이 모여 학문과 문화를 꽃피우던 공간이었다. 그런데 이 고장의 또 다른 보물이 있다면, 그것은 매실나무에서 자라나는 푸른 과실, 바로 남원 매실이다. 매실은 단순히 신맛 강한 과일이 아니라, 조선 선비들이 애용하던 해독 식품이자, 여름철 보양을 위한 대표적인 약과(藥果)로서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특히 남원은 전북 동남부의 분지 지형과 섬진강 수계, 지리산 자락이라는 자연환경 덕분에 매실 재배에 매우 적합한 조건을 갖춘 지역이다. 봄이면 매화꽃이 도시를 덮고, 여름이 되면 청매가 주렁주렁 열리는..

충남 예산 사과, 내포 천주교 순례길 따라 자란 붉은 신앙의 열매

내포의 신앙과 사과 한 알이 만들어낸 충절과 생명의 이야기충남 예산은 한반도 중서부 내륙에 위치한 평온한 농촌 지역이지만, 그 땅 아래에는 조선시대 박해의 흔적과 신앙의 피눈물이 서려 있다. 내포 천주교 순례길은 이 지역에 흩어져 있던 천주교 순교지와 교우촌을 연결한 길로, 순교자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길이다. 그런데 이 신앙의 길을 따라 오늘날 전국 최고 품질로 평가받는 사과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우연 이상이다. 고난 속에서도 생명을 지켜낸 이들의 흔적 위에서, 예산 사과라는 붉은 열매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상징적이다. 예산은 충남에서 보기 드문 고랭지형 분지지대와 내포 특유의 기후 조건을 갖춘 곳으로, 조선 후기부터 조용한 피난처이자 신앙공동체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그중에..

강원도 평창 송이버섯, 조선 임금의 별미로 진상된 고산 산림의 보물

송이버섯에 담긴 권력과 자연의 이야기, 평창에서 시작되다송이버섯은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자연이 허락한 극소수의 인간만이 맛볼 수 있는 희귀한 미식의 정점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예로부터 송이버섯이 ‘임금에게 진상되는 귀한 음식’으로 인식되었으며, 단순한 향과 맛을 넘어서 상징적인 식문화의 권위를 지닌 식재료였다. 그중에서도 강원도 평창에서 나는 송이버섯은 일찍이 그 품질과 향, 형태의 완벽함으로 인해 조선 시대부터 진상품으로 선택되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국내 최상급 송이버섯의 산지로 손꼽힌다. 평창은 해발 고도가 높은 산악지형으로 이루어져 있고, 한반도에서 가장 기온이 낮은 지역 중 하나로, 송이버섯이 자라기에 최적의 생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오염되지 않은 고산 지대의 토양, 울창한 소나무 군락, 적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