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락 속에 피어난 유산, 태백 고랭지 무의 시간대한민국 강원도 태백은 예로부터 ‘광산의 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때 석탄 산업의 중심지였던 이곳은, 20세기 중반까지 전국에서 몰려든 광부들의 고향이자, 생계의 터전이었다. 그들은 어두운 갱도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그 하루를 견디기 위해 도시락을 싸 들고 새벽녘에 산을 올랐다. 그리고 그 도시락 속에는 항상 일정하게 등장하는 반찬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태백의 찬 기운 속에서 자란 고랭지 무였다. 태백은 해발 700미터 이상 고지대에 위치해, 여름에도 기온이 낮고 밤낮의 온도 차가 커서, 당도가 높고 아삭한 식감의 무가 잘 자란다. 이러한 고랭지 무는 단지 품질이 뛰어난 농산물일 뿐 아니라, 광부들의 노동과 생존을 지탱한 소박한 식사의 핵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