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탈과 생존의 경계에서 절여진 바다의 맛대한민국 서해안에는 굴비라는 독특한 염장 생선 문화가 존재한다. 굴비는 참조기를 소금에 절여 햇볕과 바람에 말려 저장한 생선으로, 단순한 조미 방식 그 이상으로, 바다와 땅, 사람과 시간이 어우러진 음식문화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굴비 하면 많은 사람들이 영광을 떠올리지만, 전라북도 군산 또한 오랜 굴비 염장 문화와 깊은 인연을 가진 지역이다. 군산은 1899년 개항 이후, 일제강점기에 서해안 수산물 수탈의 중심 항구로 기능했다. 이 시기 참조기를 비롯한 다양한 어획물이 일본으로 빠르게 반출되었고, 그 과정에서 수탈을 피해 염장 방식으로 저장해 유통하던 방식이 ‘군산 굴비’로 남게 되었다. 즉, 굴비는 단지 맛있는 반찬이 아니라, 수탈의 시대를 견뎌낸 민중의 생존..